드디어 도끼토끼다. 

누가 나에게 학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밴드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도끼토끼"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을것이다. 실제로 스누라이브 시즌2를 진행하면서 촬영을 한 다른 밴드들에게 '어떤 밴드가 현재 교내에서 제일 잘하는 밴드인가'라고 물었을 때 많은 밴드들이 '도끼토끼는 이번 시즌에 등장할만 하다'라고 답했다. 


내가 이들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건 2011년 봄 미니따굴 때였다. 학내 밴드답지 않게 전곡을 자작곡만으로 들고 나왔는데, 관객 중에 그 누구도 이들의 곡을 들어본 사람이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첫곡이 끝났을 때는 관객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점프를 하는 놀라운 광경을 목도하게 되었다. 


이 팀이 진가를 제대로 본건 그 학기 따이빙굴비 본무대에서였다. 그 때 아크로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었는데 해가 지고 나서 무대에서 독특한 자태로 올라선 이들은 이미 곡이 시작도 되기 전부터 무대를 장악하고선, 특유의 무대매너와 신나는 자작곡으로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었었다. 



섭외를 하고 촬영날짜를 잡은 이날은 도끼토끼가 홍대 진출을 모색하면서 클럽 스팟에서 오디션 겸 공연을 하는 날이었다. 그 현장을 찾아가서 이들의 공연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공연 끝나고 난 후 공연장 옆에 있던 스무디킹에서 시커먼 얘네들과 인터뷰를 했다. (이렇게 언발란스할데가....)


이름부터 물어보자. 왜 도끼토끼인가. 

v2. 귀엽고도 싶은데 쎄보이고 싶어서? 

v1. 도끼를 든 토끼가 꿈에 나오서 그랬다. 

b. 아니. 세계인류의 평화와 복지를 위해서 그랬다니까. 


여기 멤버들 다 서울대 맞나. 서울대생처럼 다들 안생겼네. 

왜 그런말을 하나. 

서울대생은 원래 찌질하게 생겨야 제맛이다. 

우리도 X나 찌질하게 생겼다. 


각자 소개 좀 해봐라 그럼. 

치현v2: 미술대학 서양화과 김치현이다. 보컬을 맡고 있다. 

신입생 환영회 때 무대를 휘어잡고 노래를 엄청나게 했다고 들었다. 맞나?

아.... 그랬던것 같다. 어떻게 알았나.....

다 아는 방법이 있다. 기타치시는 분은?

준g: 아주대학교 법대 11학번 이준이다. 

에이 보아하니 로스쿨 이런거구만. 

이준: 우리학교 03학번이고 수학과다. 졸업했다. 

수언b: 김수언이다. 베이스 치고 있고 응용생물화학부를 다니고 있다. 

은국d: 사범대학 생물교육과 08학번 김은국이다. 

기태v1: 서양화가 김기태 10학번이다. 90년생인데 안그렇게 생겨서 사람들이 깜짝깜짝 놀란다. 

부모님이 두분다 음악을 하신다고 들었다. 

기태v1: 맞다. 두분다 성악을 하신다. 근데 어떻게 알았지? 

오기 전에 다 뒷조사를 하고 왔다. 부모님이 음악을 한게 영향을 준게 있나?

기태v1: 아버지가 70년대 KBS에서 공채 밴드를 했다고 한다. 근데 나는 노래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노래를 잘하지는 못한다. 멤버들한테도 욕 되게 먹었다. 

은국d: 부모님이 음악을 하셔서 그런지 몰라도 음감이 좋다. 음계를 딱딱 짚어낸다. 노래를 그렇게 잘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음감이 좋다. 

기태v1: 욕을 하는건가. 칭찬을 하는건가. 하여간 그래서 노력하고 있다. 아. 오늘 공연하면서도 멘트 재미없다고 멤버들한테 다 욕먹었다. 


곡은 주로 누가 쓰나?

기태와 이준이 쓴다. 곡은 따로따로 쓰는데 공연 연습은 밴드로 만든다. 

누가 리더인가. 

이준이 리더다. 

합주는 어떻게 하나?

매주 일요일 일곱시부터 두시간씩 한다. 한달에 20만원을 내고 잡아놨다. 시간으론 16시간... 앞으로 합주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 받을 수 있는 공연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 


목표가 홍대에서 고정으로 공연을 하는건가?

그건 올해 상반기 목표일 뿐이다. 

그럼 궁극적 목표는 뭔가?

롹스타다. 올해 12월 31일까지 롹스타가 안되면 해체하고 다 군대가기로 했다.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다들 대학와서 시작했다. 

은국(d)이는 오래됐다. 테러마이트라고 데스메탈 밴드 드러머다. 이제 곧 해체될 건데.... 어쨌든 소속사도 있는 밴드 드러머다. 일본 잡지에도 나왔다. 번이라는 메탈잡지가 있는데 거기서도 소개된적이 있다. 거기서 우다다다다 그런거하다가 여기와서 이런 음악하고 있다. 

준g: 우리 테러마이트 인터뷰하지 말자. 오늘 도끼토끼 인터뷰인데...

그럼 드러머는 그렇게 좋은 밴드 하다가 여기선 왜 하고 있나. 도끼토끼랑은 그냥 놀아주는건가. 거기서 계속 트윈페달 밟고있지 왜?

그런건 아니고 곧 탈퇴할거다. 지속적으로 우리가 계속 꼬셨다. 도끼토끼 드러머는 네가 해야하니 때려치라고 세뇌를 시켰다. 


기태v1:수언이도 원래 베이스가 아니다. 원래는 보컬이었는데 노래도 나(기태)보다 잘한다. 기타도 잘친다. 음악에 재능이 있다. 

그럼 보컬하다가 밀리고 기타치다가 밀리고 밀리고 밀려서 베이스까지 간건가?

수언b: 그게 아니라 난 다 잘하니까 그냥 베이스 해주는거다. (맞다) 

근데 지난 봄 따굴 때 리허설 할 때 밑에서 엿들엇는데 다른 밴드들 하는거 보면서 '아 내가 베이스 제일 못치네'라고 하는걸 들었다. 

아. 아무리 그래도 경력이 짧았으니까 당연히 당근과 채찍이나 이런 팀들 베이스보단 잘친다고 할순 없다. 

준g: 대신 넌 잘생겼잖아. 김수현 닮았다. 선글라스 썼을 때. 

그럼 베이스는 언제부터 친건가. 

수언b:결성하면서부터 처음 시작했다. 


기타는 언제부터 쳤나. 

준g: 대학오고부터 쳤으니까 2003년부터 친거다. 


김치현씨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나는 원래 정식 멤버는 아니었다. 합주하는데 놀러갔다가 같이 껴서 노니까 너도 해라. 이래서 하게 됐다. 


도끼토끼는 자작곡만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커버곡을 한적은 없나. 

커버곡은 올린적 없다. 곡이 먼저 만들어지고 결성을 하게 됐다. 

맨처음엔 어떤 음악을 했나?

메탈, 펑크롹, 헤비메탈, 아니면 얼터네이티브 이런 뭔가 멋있는 롹 이런걸 좋아했는데 그때 쓴 곡들은 다 그런거였다. 근데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고민을 하게 됐고, 이런 저런 시도들을 해보다가 공부가 좀 된 다음에 댄스롹을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곡을 쓰면 쓴 곡을 다 하진 않을텐데 어떤 식으로 걸러내나. 

일단 써오면 클럽에 올리고, 연습을 해보고, 구리다 싶으면 폐기, 괜찮으면 더 해보고 그런다. 서로 클럽(온라인) 상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합주하거나 공연하면서도 편곡이 바뀌고 그런다. 가끔은 장비를 하나 사면 거기에 따라서 편곡이 바뀌기도 한다.


라이브를 들었는데 신디 소리라던지 디제이가 할 것 같은 소리가 나던데 그거 어떻게 한건가? 뭘 쓴건가?

돈을 쓴거다. 그게 바로 돈의 힘이다. Boss의 Loop the boss station이란 놈이다. 원래 이 장비는 통기타 치는 애들이 많이 쓰는건데, 실시간으로 녹음을 한 다음에 루프를 돌려주는 기계다. 그런데 우리는 미리 소리를 녹음해놓고 타이밍을 맞춰서 페달을 밟아준다. 그럼 미리 입력한 소리가 나오게 된다. 

사실 멤버를 한명 더 쓰면 쉽사리 될 문제이긴 한데, 그럼 간지도 덜하다. 

무엇보다 여섯명이 되면 수입이 1/6이 된다. 12억을 벌면 2억 밖에 안남는거다. 

오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근데 멤버를 한명 더 늘리면 합주비가 1/6이 된다는 생각은 못해봤나?

??? 와. 맞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그럼 베이스 멤버를 뽑고 또 수언이를 또 DJ로 돌릴까?

수언b:왜 자꾸 날 돌려먹냐. 


합주시간 안 맞고 그런건 없나?

미리 얘기를 다 하고 합의를 하고 모인거라 그런건 없다. 그리고 다른 약속보다 무조건 0순위이기 때문에 특별히 그럴일은 없다. 

시험이나 이런것도? 

시험은 서로 이해해주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엄청 중요한 시험이 아니라면 빠지지 않는다. 

얼마나 중요해야하나

졸업이 걸린다든지 마누라 얼굴이 바뀔만하다든지 뭐 그런거다. 

이준: 이거 여성비하 발언 아닌가? 

여자들도 남편얼굴 바뀌니까 괜찮다. 


계속 음악을 졸업하고도 할 건가?

잘나가면! 올해까지 해서 되면! 안되면 공부해야지. 

이준: 난 계속 하고 싶다. 

부모님이 뭐라고 안하나?로스쿨은 왜 갔나

뭐라고 한다. 로스쿨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만 따오면 터치 안한다고 해서 OK 했다. 

그게 서울대생 주요루트 아닌가? 고등학교 때는 공부 잘해서 대학 잘가면 터치 안한다고 하고, 대학가면 학점 잘받고 취직하면 자유라고 그러고, 계속 끝도 없는거 아닌가?

돈을 벌면 자유지. 그땐 터치 없다. 나중에 공무원하고 싶다. 남는 시간에 음악하게. 

수언b: 형 근데 공무원은 투잡안되서 음원수입 하나도 못벌텐데?

이준: 음원수입나는데 공무원을 왜 하고 있나.

오!! 맞다!

이준: Far East Movement도 로스쿨 다녀. 

하여간 양다리를 걸치고 가다가 기회가 있으면 음악을 업으로 삼고 싶다는 얘기로 듣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주에 계속. 

Posted by saintdragon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