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에서 음악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겠다고 무턱대고 SNULIVE를 시작하고, 이제 한 시즌이 끝났다. 

스누라이브에 대해서 관심을 보여주신 몇몇 소수의 매니아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양심상 여러명은 아닌 것 같아서 '여러분께 '라는 말은 못쓰겠다. 아무도 안보고 있는건 아닌지 원.....)

이번 글에서 영상을 기대하셨다면 낚인거다. 시즌원이즈오버. 영상은 없다.
이번 글에서는 스누라이브를 진행하면서 만났던 여러 밴드들, 재미있다고 리플을 달거나 오프라인이나 페이스북으로 반응을 보여주신 분들이 궁금해하는 점들을 일목요연하게 늘어놓고 싶었으나, 실상은 그닥 궁금해 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관계로..... 궁금하다고 하셨던 것들과 궁금해할지도 모른다고 혼자 생각한 내용에 대해서 답을 달아보고자 한다. 
음.. 그러니까 일종의 셀프인터뷰랄까. 

시작.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나?왜 1학년 밴드를 주제로 잡았나?
특별하게 뭘 대단하게 준비하고 시작하지는 않았다. "난생 처음 기타를 잡고 밴드 마악 시작한 초짜들의 진지한 모습을 담고 싶었다"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난생처음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을 촬영해와서 인터넷에다가 공공연히 뒷다마를 까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도 얘들이 1학년인데 설마 영상이 구리다거나 인터뷰가 왜곡됐다고 우리를 (시즌1 이때는 친동생과 단 둘이 다녔음) 때리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고른 면도 없지는 않다. 그리고 밴드들이 성장하는 모습과 함께 우리 snulive팀도 성장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시즌1의 섭외는 어떤 기준으로 했나?
예전에 나와 밴드를 같이 하던 친구가 샌드페블즈 출신이어서 그 밴드에는 약간의 안면이 있었다. 마루타로 사용하기에 적당하다고 판단하고 섭외를 했다. 나머지 밴드는 학교에서 단대별로 이름을 들어봤던 팀들을 스누라이프에서 검색후 전화번호가 나오거나 이메일이 나오면 연락을 한 후 OK를 한 팀들을  골랐다. 한가지 예외가 있었는데, 기숙사 밴드인 소리느낌이었다. 이들은 OK를 하고 약속날 연습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생과 내가 싸우는 바람에 파토가 나서 결국은 촬영을 하러 가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형제관계는 문제없다.)
다시한번 죄송하단 말씀드리고 싶다. 

어떤 장비와 프로그램을 쓰고 있나. 
시즌1에서 쓴 장비는 딱 두가지다. 
1. 영상: 소니 알파55
렌즈는 동생이 세가지 쓰는 것 같은데 뭔지 잘 모르겠다. 하여간 캠코더보다는 더 좋은 화면을 만들 수 있고, 활용범위도 넒어서 DSLR 낙찰을 본것 같더라.
2. 녹음 및 소리보정: Zoom H1 + audacity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항목이다. (3명이 물어봤다) 밴드나 악기를 해보신 분들, 심지어 영어발음연습을 많이 해보신 분들은 녹음해서 들어보는 경우가 한두번쯤은 있을거다. 밴드나 악기 녹음을 할 때 잡음이 너무 심하다고들 많이 그러는데, 마이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소리의 크기보다 현장의 소리가 너무 커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GAIN을 조정하면 되는데 대부분의 MP3P나 보이스레코더는 사람 대화 녹음에 최적화 되어 있어서 그런 기능이 없거나 떨어질수밖에 없다. 가격은 구매대행을 이용해서 13만원 조금 넘었던 것 같다. 시즌1의 소리보정은 Audacity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용량도 얼마 안하고 무엇보다 공짜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왜 이런 짓을 하나? 
그냥 재미있으려고 한다. 어디서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칼럼을 한달에 두편 이상 쓰면 스누라이프에서 편당 2만원이 나오긴한다. 그런데 촬영한 밴드들이 1학년이다보니 뭐하나 입에 물려주지도 하기에는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더라. 밴드가 대부분 5~6명이고 snulive팀도 입이 있으니..... 하여간 적자다. 카메라랑 마이크 사는데 들어간 돈까지 계산하면 너무 처참해서 말하지 않겠다. 그러니 어디 이거 해서 돈 나올 구멍없나 좋은 방도가 있으면 제보바란다. 그리고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돈이 너무 많아서 처치곤란이라면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음을 밝히는 바이다. 
하여간 우리 snulive팀이 재미있으면 그게 제일 좋은거고, 열심히 음악하는 분들께 영상을 선물해드리는 기쁨도 있다.

마지막으로 시즌1을 정리하며 남기고 싶은 말.
시작하기전에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snulife 이용자들이 악플을 달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무플이 더 두렵기는 했다.) 이상하게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는 좋은 부분을 찾아주기보다 약점을 찾아내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기경력이 3~4개월에 남짓한 이 밴드들을 모셨던 이유는 아이유가 기타치는거 보면서 부러워 하면서도 '음악은 어릴 때 배운 애들이나 하는거지...' 라거나  '음악은 타고 난 애들이나 하는거지.. 괜히 했다가 인생 쪽난다'라고 변명하는 당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입학을 하자마자 학기중에는 시험과 과제에 치여서, 방학동안에는 계절학기를 듣고 토익이다 텝스다 토플이다 인턴이다 스터디다 정신없이 스펙쌓기를 하면서 혹은 고시를 하면서 20대를 통째로 소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와 같은 강의실과 같은 학생식당과 같은 열람실을 쓰고 있는 누구는 바쁜 시간 쪼개서 그저 음악이 좋아서 합주를 하는데 진땀을 빼고 앉아있다. 
이들이 들려주는 연주가 전용기를 타고 세계를 누비는 밴드들의 연주보다 화려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이 줄 수 없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20년 쯤 뒤에 아들이 '엄마는 대학교때 뭐했어?"라고 질문했을 때, 평점이 0.3점 더 높은 졸업성적표를 꺼내보여주기보다 지하실에서 땀을삐질삐질 흘려가며 드럼을 신나게 치고 있는 스무살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따듯한 눈으로 시즌1을 지켜봐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올리며, 빠른 시일 내에 시즌2에서 훨씬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드린다.

 
Posted by saintdragon2 :